직장 내 은따, 조용한 따돌림이 더 아픈 이유 – 나도 모르게 배제당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나는 팀에서 사라졌다 

회사 생활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누군가에게 직접 욕을 들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나를 인정하지도, 포함하지도 않았던 그 시기였습니다.
조직 안에서 겉으로는 웃고 일하지만, 실제로는 투명인간처럼 취급받는 **‘은따’(은근한 따돌림)**는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이 겪는 스트레스입니다.
이 글은 제가 겪은 ‘말 없는 고립’의 경험과 그것이 남긴 감정의 흔적, 그리고 어떻게 관계를 재정립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은따는 폭력이 없다 – 그래서 더 무섭다

제가 처음 은따를 경험한 건 입사 2년 차, 팀이 개편되면서였습니다. 새로 합류한 팀에는 이미 오래 함께 일해온 핵심 멤버들이 있었고, 저는 그들 사이에서 낯선 존재였습니다.

회의 중에는 제 의견에 특별한 반박은 없지만, 중요한 피드백은 저를 건너뛰고 주고받았습니다.
단톡방에서도 간단한 농담, 회식 이야기, 비공식 업무 조율이 오갈 때 저는 대화의 주제가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누가 대놓고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같이 일하는 사람’이 아닌 ‘옆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조용한 배제는, 욕설보다 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2. 소외는 감정의 균열을 만든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작은 일에도 감정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 함께 식사하던 멤버들이 어느 날부터 조용히 사라지고, 나중에 단톡방에서 ‘밥 맛있었다’는 대화를 나누는 걸 볼 때
•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묵살되었다가, 몇 주 뒤 다른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하자 칭찬받는 걸 볼 때
• 회식 사진에서 나만 빠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때

이런 작은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저는 자존감이 서서히 깎이고, 회사에 가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은따는 한 번에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 무너뜨립니다. 정서적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나중에는 일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지게 만듭니다.

 

3. 은따의 정체 – 불편함을 피하는 조직 문화

나중에 돌아보면, 이 은따는 특정 개인의 악의라기보다는 불편한 사람을 피하려는 조직의 무의식적인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문화가 반복되기 쉽습니다:

• “같은 부서라도 친한 사람끼리만 친하게 지낸다”
• “불편한 사람과는 최소한만 대화한다”
• “공식적으로는 공평하게 대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나누어진다”

이런 문화에서는 다르거나 낯선 사람, 의견이 분명한 사람, 기존의 룰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조용히 배제되기 쉽습니다.
저 역시 팀에서 조금 다른 스타일이었고, 침묵을 선택하기보단 의견을 내는 편이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걸 몰랐지만, 조직은 ‘튀는 사람’보다는 ‘편한 사람’을 원했습니다.

 

4. 나를 다시 포함시키기 위한 첫걸음 – ‘마음의 거리두기’

처음에는 노력했습니다. 더 친해지려고 다가가고, 일부러 웃고, 말 걸고, 점심 약속도 만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다가가면 거절당했을 때의 상처가 더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잘 보이기 위한 관계’가 아니라, ‘내가 지킬 수 있는 거리’ 안에서 관계를 정립하는 방식으로요.

내가 실천한 것들:

• 단톡방, 팀 내 대화에서 최소한의 정보는 명확히 전달하고, 나머지에는 감정 이입하지 않기
• 사적 만남 강요받지 않기 – 불참도 선택임을 인지
• 점심시간, 커피 타임을 나만의 회복 시간으로 사용
• 내 감정을 기록하고, 매일의 정서 상태를 체크

이렇게 하면서, 저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됐고, 회사에서 존재의 불안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5. 은따를 겪는 당신에게 –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 내 배제를 겪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너무 낯가리는 건가?”, “내 성격에 문제가 있나?”

그렇지 않습니다.
조용한 배제는 항상 문제가 ‘한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지 않는 조직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는 ‘선택’이 아닙니다. 반드시 마주쳐야 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 생존은 억지 친화가 아니라, **자기 보호를 위한 ‘정서적 거리두기’**에서 시작됩니다.

 

 6. 모두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지금은 회사를 옮겼고, 더 수평적이고 소통 중심의 조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제게 **‘관계에도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가장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은 결국 나를 잃게 만듭니다.
대신, 내 감정과 시간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를 정하면
그 조직이 나를 배제하더라도 나는 나를 잃지 않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