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상사, 폭언보다 무서운 감정 피로 – 나는 왜 그 말에 멘탈이 무너졌을까
‘말’ 한마디가 하루를 무너뜨린다
회사에서 상사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진 적이 있습니까? 저는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말이 욕설이나 폭력적인 언행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말엔 감정이 실려 있었고, 무언의 위협과 비난이 담겨 있었습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감정을 견디는 건, 업무 자체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겪었던 상사의 언행이 어떻게 나를 무너뜨렸고,
그 감정 피로를 어떻게 회복해 나갔는지 공유하려 합니다.
1. “이건 생각 좀 하고 얘기하지” – 그 말이 멘털을 박살 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겉보기엔 수평적 문화를 강조했지만, 실상은 완전한 위계 구조였습니다.
그중 한 상사는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의 중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생각 좀 하고 얘기하지.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진지하게 던졌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다시는 회의에서 입을 열지 않았고, 회의 전날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능한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실제로 일의 집중도도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2. 감정 폭력은 보이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폭언, 인격 모독, 무시, 비꼼, 공개 지적 같은 언행은 물리적 폭력처럼 흔적이 남지는 않지만, 감정에 깊은 흠집을 남깁니다.
문제는 이게 단발성이 아니라는 겁니다.
직장 내 감정 폭력은 보통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 의견을 말할 때마다 비아냥 또는 반말
- 개인이 아닌 인격 전체를 평가하는 말 ("넌 항상 그래")
- 공개석상에서 감정 섞인 비난
- 감정적 반응으로 업무 지시, 취소, 책임 전가
이러한 언행은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 나중에는 상사를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고, 긴장하며 몸이 경직됩니다.
3. 무기력해지는 이유 – ‘내가 틀렸다는 전제’를 강요받기 때문
이런 말들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의견 자체를 검열하게 됩니다.
“이 말을 하면 또 뭐라고 할까?”, “괜히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낫겠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업무는 단순 반복이 되고, 생각은 사라지며, 회의에서 존재감 없는 사람이 됩니다.
이건 단순히 ‘상사 눈치 보기’ 수준이 아닙니다.
자기 검열 + 무기력함 + 자존감 붕괴가 동시에 오는 복합적인 감정 피로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에 가는 게 두려워지고, 나를 설명할 힘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4. 상사는 왜 그렇게 말하는가? – 감정 통제 못 하는 리더들의 특징
제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런 언행을 반복하는 상사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①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사람
-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대로 말투와 언행에 드러나는 유형
- 상대방을 ‘감정 배출구’로 인식
② 자신의 지위를 ‘통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
- 말로 상대를 누르고, 위계질서를 확인하려는 경향
-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
③ 조직 내 ‘결과 중심’ 사고만 하는 리더
-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시하면서, 사람을 수단화
- 실수나 아이디어 실패를 ‘인간의 실패’로 연결
이런 리더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입을 닫고, 피로가 쌓이며,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5. 나는 어떻게 그 감정 피로에서 벗어났는가
그 시기를 지나면서 저는 크게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 ‘말의 의미’가 아니라 ‘말을 들은 내 감정’을 중심으로 반응하기
예전에는 상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게 내 감정을 계속 되살리고, 상처를 반복 학습시키는 행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해석하려는 대신, 이렇게 바꿨습니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감정이지, 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아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감정은 감정으로 흘려보내자.”
이렇게 생각하는 연습을 통해,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의 중심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나를 지키는 ‘심리적 거리두기’ 실천
가능한 최소한의 상호작용, 업무 외 대화 차단, 메신저도 이모티콘 없이 ‘정보 중심’으로만 대화.
처음엔 차갑게 보일까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에너지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6. 지금도 상사의 말에 상처받는 당신에게
당신은 감정에 예민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당연한 것이고, 그 말들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상사의 말에 상처받는 건 ‘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말에 담긴 권력적 감정이 우리를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그 관계 속에서 심리적으로 멀어지는 방법을 연습해보세요.
그게 유일한 자기 보호 수단일 때도 있습니다.
결론 – 감정을 삼키지 말고, 감정의 중심을 지켜라
상사의 언행은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언행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리더는 언젠가 조직 내에서 신뢰를 잃게 되지만,
자신을 지켜낸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중심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일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람이고, 그중 가장 지치는 게 권력과 감정이 섞인 말입니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경계, 그리고 회복의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지 않게,
나는 이제 감정보다는 나 자신을 중심에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