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이 단순한 농담이나 푸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의 사회생활을 통해, 사람과의 갈등이야말로 진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스트레스의 본질이라는 걸 절절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장 내 인간관계로 겪었던 스트레스, 그 감정의 소모, 극복 과정까지 진솔하게 담은 이야기입니다.
1. 일이 많아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견디기 어렵다
제가 마케팅 직무로 첫 회사를 다닌 지 3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회사 업무는 정해진 KPI를 맞추는 구조였고, 워낙 바쁜 팀이었기 때문에 야근도 흔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저는 일이 많아도 나름 즐기며 일했습니다.
문제는 한 선배가 팀에 배치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선배는 말투가 날카롭고, 사소한 실수에도 공개적으로 지적을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특히 회의 중에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그건 아니지”라고 말을 끊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 시점부터 저는 회의가 두려워졌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매일 밤 대본을 외우듯 사전 정리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보다 사람이 두려워졌고, 제 자존감은 점점 깎여 나갔습니다.
2. 인간관계 스트레스의 진짜 정체 –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의 좌절”
처음엔 그냥 그 선배가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건, 제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계속 부정당하면서, 내면의 감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기여한 일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부정적 피드백만 받는 환경에서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여기서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쳤습니다.
업무는 숫자로 평가받았지만, 인간관계는 감정으로 부딪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피곤했습니다.
3.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감정 에너지 전체를 갉아먹는다
그 시기를 지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업무 효율이 아니라 감정의 소모였습니다.
출근하는 길이 지옥처럼 느껴졌고, 사무실 앞에서 숨을 한번 크게 쉬고 들어가는 게 루틴이 됐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도 피했고, 팀 회식은 퇴근보다 더 피곤한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는 오늘 들었던 말, 내가 했던 대화, 실수한 부분이 반복 재생됐습니다.
이건 단순한 피곤함이 아니라, 정신적인 ‘번아웃’이었습니다.
4. 그때 깨달은 것: 문제는 나에게만 있던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팀에서 몇 명이 순환 배치로 나가면서, 저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나만 예민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선배는 새로 들어온 후배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적을 하기 시작했고, 몇몇 동료도 점차 그 사람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비로소 ‘직장 내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조직 문화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5. MZ세대의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 ‘잘 지내는 것’보다 ‘거리를 지키는 것’
제가 속한 세대는 흔히 ‘MZ세대’로 불립니다.
우리 세대는 조직에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 친한 척, 의리, 형 동생 같은 위계가 싫다
- 일과 감정은 분리하고 싶다
- 불필요한 회식, 사생활 침해는 스트레스다
- 인정보다는 명확한 피드백이 더 중요하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많은 동료들과 대화하며 이런 기준이 점점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건강하게 거리두기’ 하는 법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6.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내가 시도했던 방법들
1) 말 대신 ‘글’로 정리하기
감정이 격해질수록 말보다는 글이 더 명확합니다.
메신저나 이메일로 업무 내용과 의견을 정리해 남기면, 오해도 줄고 불필요한 감정 충돌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2) 회피가 아닌 ‘거리두기’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았고, 업무 외 시간에는 철저히 개인 공간을 확보하려 노력했습니다.
3) 감정 복구 루틴 만들기
출근 전 10분 명상, 점심 후 산책, 퇴근 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독서 시간을 확보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감정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7.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회피’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는 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관리’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제가 겪은 갈등, 감정의 소모,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통해 느낀 건 단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기준과 거리감을 설정하는 것이 진짜 건강한 관계다.”
이제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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