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만성스트레스

감정노동, 고객보다 동료가 더 힘들다 – 직장 내 감정 소모에서 살아남는 법

스트레스 타파 2025. 8. 19. 17:00

 < 고객보다 내 옆자리가 더 피곤했다 >

나는 서비스직도 아니고,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직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매일 감정노동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외부 고객’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후배의 눈치도 보고, 팀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예의 바른 표정’을 유지하는 매일.
직장 안에서 겪는 감정 소모는 외부보다 훨씬 조용하지만, 훨씬 더 깊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장 내에서 감정을 숨기며 살았던 시간들, 그리고 감정노동에서 탈출하기 위한 치열했던 시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고객보다 동료가 더 힘들다

1. 감정노동은 서비스직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감정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콜센터, CS, 백화점 직원 같은 직군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감정노동은 ‘자기감정을 숨기고, 조직이 원하는 감정을 연기해야 할 때’ 발생합니다.

즉,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도 감정노동은 벌어집니다:

  • 상사가 부당하게 지적해도 미소로 받아야 할 때
  • 후배가 일을 미뤘는데도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할 때
  • 회의에서 억울했지만 아무 말 못 하고 넘어갔을 때

이런 순간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감정을 억누르는 내면의 갈등을 키웁니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어느 날 멘털이 무너져버립니다.

 

2. 내가 겪은 내부 감정노동 –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울던 날들

저는 중소기업에서 마케팅팀에 근무하던 시절, 매일같이 감정노동을 했습니다.
특히 팀장이 기분에 따라 말투가 바뀌는 스타일이었는데,
오늘의 컨디션에 따라 회의 분위기가 ‘의견 나누기’인지 ‘의견 찍어 누르기’인지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회의 전마다 팀장의 눈치를 보며 질문 패턴, 어제 말투까지 분석하게 됐고,
회의 중에는 제 감정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고려했습니다.

심지어 회의가 끝나도 후배들이 팀장 뒷담화를 할 때는 **“그래도 나름 신경 쓰시는 거니까~”**라고 말하며 상황을 중재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저는 웃으며 말하고, 속으로는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갔습니다.

 

3. 감정노동의 진짜 문제 – ‘내 감정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

감정노동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피곤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뭘 느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피드백했을 때 속으로는 너무 억울했지만,
그날 저녁엔 “내가 예민한 건가?”, “그 정도 말투는 업무상 어쩔 수 없는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됩니다.

이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틀렸고, 조직의 반응이 맞다”**는 전제에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자존감은 조용히 깎이고,
감정은 사라지고, 기계처럼 반응만 하는 사람이 됩니다.

 

4. 감정노동의 회복은 '솔직한 감정 기록'에서 시작됐다

저는 번아웃 직전이었던 어느 날, 퇴근 후 노트를 펴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오늘 회의 때, 팀장 말투가 너무 불편했다.
후배는 자기 일 미뤄놓고 나한테 떠넘겼다.
나도 말하고 싶었는데, ‘분위기 깰까 봐’ 참았다.”

그냥 감정을 쓴 것뿐이었지만,
그 순간 처음으로 ‘내 감정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매일 퇴근 후 5분씩 감정 기록을 했고,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정리하면서 정신적 가스 누출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5. 감정노동에서 살아남기 위한 3가지 실전 방법

1) ‘좋은 사람’이 되지 말고, ‘솔직한 사람’이 되기

직장에서는 ‘무난한 사람’이 되라는 압박이 강합니다.
하지만 결국 계속 참는 사람만 더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회의에서 감정을 직접 드러내진 않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선 다르게 생각해요”
“제가 느끼기엔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와 같은 의견 중심의 솔직한 표현을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숨기지 않게 되고,
상대도 내가 ‘무조건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2) 감정 루틴 정비 – 출근 전 & 퇴근 후 정서 회복 습관

  • 출근 전 5분 스트레칭 + 오늘의 감정 체크
    → 긴장 상태를 인식하고 안정시키기
  • 퇴근 후 10분 산책 또는 명상 + 감정노트 기록
    → 하루의 감정 분리, 감정에 이름 붙이기

이 루틴은 업무 외적인 시간에 감정 에너지를 회복시키고,
나를 다시 중심으로 되돌리는 ‘정서 GPS’ 역할을 해줍니다.

3) ‘나를 위한 말하기’를 연습하기

저는 조직 내에서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그동안은 항상 “괜찮습니다”, “제가 해볼게요”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은 힘듭니다”, “그건 어렵습니다”라는 표현을 연습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거절’이 아니라,
내 감정을 소모하지 않기 위한 자기 보호의 언어입니다.

이걸 해내는 순간, 감정노동의 강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감정노동은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감정을 존중하는 일이다

직장 안에서 감정노동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감정을 억누르며 사는 게 아니라,
감정을 스스로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입니다.

조직은 당신의 감정을 대신 돌봐주지 않습니다.
그 감정을 보존하고, 지키고, 회복하는 건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는 더 이상 무조건 참지 않기로 했다.
내 감정도 일의 일부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