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했을까”
회사에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팀장에겐 예의 바르고, 동료에겐 친절하며, 후배에겐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식도 빠지지 않았고, 단톡방에도 일일이 반응했고,
도움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자 어느 순간,
나는 모두에게 친절했지만, 정작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감정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제 경험,
그리고 건강한 심리적 거리 두기를 시작하며 회복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모두에게 맞추는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는 회식 참석, 친절한 말투, 거절하지 않는 태도 등
작은 행동들 속에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인간관계를 원활히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 요청을 거절하지 않다 보니 일은 몰리고
- 회식에 항상 나가다 보니 퇴근 후 회복할 시간이 사라졌고
- 모두에게 맞추다 보니 정작 내 감정은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무력감이 점점 커졌다는 것입니다.
2. 무조건 친절은 경계를 무너뜨린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후배가 퇴근 시간 직전에 업무를 넘겼고, 저는 아무 말 없이 도와줬습니다.
그 일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그건 이 대리님이 잘하니까요~”라며 당연하게 부탁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친절했던 것이 배려가 아니라 ‘경계 없음’으로 해석됐다는 것.
친절은 때로 상대에게 ‘이 사람은 무한정 도와줄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그 순간부터 상대는 내가 아니라 내 태도만 소비하게 됩니다.
3. 나를 지키는 선 긋기 – 관계에도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특히 아래와 같은 거리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차가운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4. 내가 실천한 ‘건강한 거리두기 기술’ 4가지
1) ‘좋은 사람’보다 ‘명확한 사람’ 되기
모호한 표현보다 단호하지만 예의 있는 말투를 연습했습니다.
- NO : “시간 되면 도와드릴게요” →
- YES : “오늘 일정상 어렵습니다. 내일 확인해 드릴게요.”
이런 말 한마디가 나의 ‘역할과 한계’를 정리해 주고,
상대도 불쾌해하지 않으면서 더 이상 나를 함부로 소비하지 않게 됩니다.
2) ‘무조건 참석’ 대신 ‘선택적 참여’
모든 회식, 점심, 모임에 다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식이 있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가족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
몇 번 그렇게 하자, 주변도 더 이상 억지로 권유하지 않았고,
나만의 퇴근 후 회복 시간을 다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3) 단톡방 ‘읽씹’에 대한 죄책감 내려놓기
단톡방에서 모든 메시지에 반응할 필요 없습니다.
특히 퇴근 이후에는 업무가 아닌 이상 침묵해도 괜찮습니다.
‘읽고도 답장 안 하면 무례할까?’라는 생각을
‘퇴근 이후는 내 감정을 회복하는 시간’이라는 기준으로 바꿨습니다.
내 감정이 소중하다는 기준이 있어야, 관계에도 균형이 생깁니다.
4) ‘혼자 있는 시간’의 죄책감 없애기
회사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시간에 머릿속을 정리하고, 감정을 비웠습니다.
함께 있어야만 ‘소속된 사람’이 아니라,
혼자서도 회복하고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건강한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보다 ‘균형 잡힌 사람’이 되자
회사를 다니다 보면 ‘무난한 사람’이 되는 게
문제없이 살아가는 방법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무난함은 나를 무시하게 만들고,
감정은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계속 소모됩니다.
“나는 모두와 잘 지낼 필요는 없다.
나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관계를 맺는 것도 충분히 괜찮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예의 있는 사람일 수 있고,
감정을 다 주지 않아도 따뜻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균형이 직장에서의 멘털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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